당건인의 당뇨생활

[제9호]건강염려증

겨울의 끝자락에서 불어오는 까칠한 바람은 힘차게 내뿜는 햇살아래 비틀거립니다.
저 멀리서 가만가만 다가오는 봄이 느껴집니다.
조금만 기다리면 만물이 약동하는 봄이 오겠지요.
우리 몸의 세포들도 봄을 맞을 준비로 분주한 듯합니다.
희망내과에 들어오시는 분들의 발걸음에도 살랑살랑 봄기운이 묻어옵니다.
그 걸음걸음마다에 희망과 행복이 함께 하길 빌어봅니다.

아침에 출근해서 검사실에 들어오면 컴퓨터를 켜고 음악을 클릭합니다.
검사실에 들어오는 모든 분들에게 편안함과 여유와 기쁨을 느끼도록 하는 작은 배려입니다.
검사실에 오시는 분들은 자신의 몸 어딘가가 불편해서 들어오시는 분들이니까요.

요즘 들어 사회적 분위기 탓인지 부쩍 건강을 염려하는 분들이 많이 오십니다.
저희 병원 특성상 당뇨를 걱정하는 젊은 20, 30대 분들이 오셔서 당부하검사를 합니다.
주변에 당뇨인들이 많고, 부모님이 당뇨로 고생하시는 걸 눈으로 지켜본 사람들은 혹시 자신도 당뇨가 아닌가 싶어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들어오십니다.

디아솔(포도당 함유 75g)액을 드시고 30분 간격으로 혈당체크를 합니다.
보통 한 시간 반 까지는 혈당이 많이 오르는데, 이 분들에게는 이 시간이 고통의 시간입니다.
당화혈색소가 정상인 분들은 틀림없이 두 시간째는 정상 혈당이 나오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기다리라고 해도 마지막 30분이 이 분들에게는 정말 힘든 시간입니다.
함께 힘듭니다.
두 시간째 혈당이 정상이 나오면 그때야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어느 분은 집에서 혈당을 재 봤더니 160 정도 나왔다며 아무런 지식이 없는 상태로 혈당이 높다고 판단하고, 당뇨는 무조건 먹는 걸 줄여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식사량을 줄이고 운동을 열심히 하셨답니다.
그 결과 몸이 비쩍 말라서 약골이 되었습니다.
오히려 면역기능이 떨어지고 신진대사가 좋지 못하게 된 겁니다.
내당능장애가 의심되더라도 병원에 와서 정확한 진단을 하고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실행해야 합니다.
혼자 판단하고 실행해서 몸을 망치는 일은 없어야 되겠습니다.

얼마 전에는 젊은 청년이 아무래도 몸이 이상한 것 같다며 종합검사를 하셨습니다.
검사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데 너무 걱정이 된 나머지 매일 매일 오셔서 결과가 나왔는지를 확인하고 궁금한 것이 있다며 상담하고 가셨습니다.
결과는 뚜렷하게 이상 있는 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병이 있는데도 발견되지 않았는지도 모르지만, 마음의 병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현대사회의 인간의 삶을 가만히 돌아봅니다.
옛날 옛적 원시상태의 인간의 삶도 생각해 봅니다.
먹잇감을 구하기 위해 뛰어 다녔을 들판을 생각합니다.
간신히 구해진 먹이를 달게 먹고 다음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또 뛰었겠지요.
그러다가 해가 지면 잠을 잤겠고 해가 뜨면 일어나 또 다시 움직였을 테지요.

분명 인간의 DNA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는데 생활 모습은 천지차이가 납니다.
많이 움직이지 않아도 식탁 가득 먹을 것이 있고, 저녁 1시 2시 까지 불을 밝히고 무언가를 합니다.
이런 행위는 자연을 역행하는 삶이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온갖 병들이 우리 인간을 파고들지요.

먹은 만큼 움직이고 해가 지면 자고, 해가 뜨면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숙명 같은 우리 인간의 삶입니다.
그러나 우린 반대로 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많이 먹고 앉아있고, 저녁이면 늦게 까지 잠을 자지 않습니다.
머릿속에서 온갖 잡다한 공상이 난무합니다.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들을 끊임없이 생각합니다.

그리고 생각이 많은 걸 능력이 많은 걸로 착각합니다.
생각이 많은 건 결코 좋은 것이 아닌데 말입니다.
충분한 숙면은 건강관리에 절대적입니다.
많은 생각 그만 하고 그냥 잠을 잤으면 합니다.
단순하게 사는 삶은 스트레스를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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