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건인의 당뇨생활

[제3호]<문단>“행복한 마누라”

모 케이블 방송에서 ‘스모모’라는 침팬지와 그의 파트너 ‘골드’ 불도그의 이야기를 재방송 해준 적이 있다.
방송에서 두 동물에게 주어진 과제는 ‘스모모’와 ‘골드’가 조련사의 도움 없이 근처 작은 마켓에 가서 오렌지를 사오는 것이다.

마켓 안에는 온갖 물건들이 즐비하다.
‘스모모’가 오렌지를 찾던 도중에 그가 아주 좋아하는 초콜릿을 발견한다.
‘스모모’의 눈이 그 자리에 가서 딱 멈춰 선다.
한참을 쳐다보더니 결국 초콜릿을 든다.
과연 저 초콜릿을 어떻게 할까? 나도 걱정이 된다.
보아하니 심하게 갈등하는 듯하다.
그런데 어쩜, 냄새만 맡고 초콜릿을 제자리에 도로 내려놓는 것이 아닌가?
탄성과 박수가 절로 나왔다.
그리고 난 미친 듯이 웃었다.
왜냐? 불현듯 오래 전의 내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당뇨로 십 수년차인 내가 처음 당뇨 판정 받았을 때에 꼭 저랬다.
그렇게 혼자 웃고 있노라니 옆에 있던 남편이 왜 그러냐고 묻는다.
이유를 얘기해 주었더니 나보다 더 크게 웃어댄다.
“내가 보기엔 쟤보다 좀 더 심했다 싶은데?”
“뭐시라? ‘스모모’가 나보다 낫다고라?”하고 내가 반격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예전에 떡집 앞에서 떡을 한없이 쳐다보다 지레 놀라서 멋쩍게 뒤돌아 선 적이 있다.
어쩔 때는 유혹을 참지 못하고 사긴 했지만 결국 먹지 못하고 버리기를 몇 번이나 반복 했던가?

떡, 어디 떡뿐이랴? 그리 힘든 세월이 언제 다 흘러가 버렸는지……
이제는 이 모든 것을 웃으며 이야기 할 수 있고, 어떤 음식의 유혹에도 이겨낼 수 있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지금도 어쩌다 무언가로 몹시 스트레스를 받으면 곧장 대형마트로 간다.
먹지도 않는 것을 이것저것 카트에 마구 담아놓고는 남편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그러면 남편은 굉장히 어이없어 하면서도 말없이 물건들을 꺼내어 모두 다 제자리에 놔준다.
“이제 좀 괜찮아졌어?”라는 남편의 질문에 난“응……”하며 연신 히죽댄다.
나만의 독특한 스트레스 해소방법 중 하나다.
아마 평생 못 고칠지도 모른다.

그 동안 하던 일도 접고 집에서 쉬고 있는 요즈음, 남편은 나에게 이렇게 출근인사를 한다.
“행복한 마누라, 잘 놀고 있어.”
’행복한 마누라라……?’난 왜 그렇게 부르는 지를 물었다.
남편이 그런다.
언제부터인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옆에서 지켜보니 내가 많이 편해졌다고……
더불어 자기 자신도 편해졌다고 한다.

나는 오늘도 어떤 어려움에도 의연함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다.
나만의 노력만으로는 절대 불가능했으리라……
옆에서 묵묵히 도와준 그 사람이 있어 오늘은 어제보다 더 많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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